美 ETF 허용 이후 기관시장 '활짝'…몸사리는 韓[법인 코인 투자 시대]⑨
테슬라·골드만삭스도 '코인 열풍'…"월가도 비트코인 삼킨다"
ETF 승인 이후 기관 진입 증가…韓 법인투자 열렸으나 ETF 논의 '지지부진'
- 최재헌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미국은 지난해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옵션 상품 승인 이후 기관투자가 중심의 시장이 '활짝' 열렸다. 비트코인에 투자해 온 기존 기업뿐만 아니라 전통 대형 금융사도 '비트코인 선점'에 나섰다.
지난해 4분기에만 400여 개에 달하는 기관이 비트코인 ETF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할 만큼 기업들 사이에서 '코인 열풍'이 불고 있다. 기관투자가가 대부분을 차지한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기관 중심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한국도 올해 하반기부터 법인투자가 제한적으로 열리지만 가상자산 ETF 허용은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가상자산 ETF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산하에 가상자산위원회를 신설했지만 최근까지도 '신중한 입장'이라는 방침만 밝히고 있다.
해외에선 ETF가 기관 시장 진입의 '포문'을 열고 있는 만큼 글로벌 정합성을 따라가기 위해 관련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6억 달러 증가했다.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의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올해부터 가상자산을 시장가격으로 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들은 이전까지 보유 기간 최저 가격으로 가상자산을 표기해야 했다. 회계 기준 변경과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순이익이 대폭 증가한 셈이다.
테슬라는 지난 2021년 1월 15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1789개 추가 매수해 보유량을 1만 1509개로 늘렸다.
비트코인 현물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금융사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 ETF(IBIT)'에 총 12억 7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전 분기 대비 88% 증가한 액수다.
골드만삭스는 피델리티의 '와이즈 오리진 비트코인 펀드(FBTC)'도 전 분기 대비 105% 증가한 2억 8800만 달러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월가 은행들의 가상자산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관들이 비트코인 ETF에 투자하는 사례는 증가하고 있다. K33 리서치의 베틀 룬데 연구 책임자는 "지난해 4분기 총 429개의 기관이 추가로 비트코인 ETF를 매입하며 이를 보유한 기관 수가 1576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관심이 증가하자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코인베이스 거래량의 70% 이상이 기관투자가에서 나올 만큼 기관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코인베이스의 매출은 2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41%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거래 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172%)하며 1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미국에선 지난해 비트코인 현물 ETF와 옵션 상품 승인 이후 기관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다.
코빗 리서치 센터는 지난 20일 '기관 자금 동향 : 정책 변화가 가져온 시장 재편'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비트코인 ETF 옵션 출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며 "장기성 기관 자금 지표인 '크립토 펀드 운용 자금'은 지난해 10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코인베이스의 기관 거래량도 전년 대비 139% 증가하면서 기관투자가의 시장 참여가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또 코빗 리서치 센터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5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지난해 현물 ETF 승인 덕분에 장기적으로 우상향을 지속할 것"이라며 "특히 2025년은 은행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 센터장은 "기관의 자금 유입이 증가하면서 기관 중심으로 시장이 성숙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정책 변화도 중요한 변수"라고 강조했다.
한국도 이제서야 법인의 코인 투자 길이 열렸지만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사를 제외한 3500개 상장기업·전문투자사의 법인투자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3일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 이후 백브리핑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는) 신중한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말씀드렸는데 지금도 큰 맥락에선 비슷하다"며 "현재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이슈가 핵심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부분을 먼저 논의하고 (ETF 등을) 자유롭게 거래하는 부분에 대한 부분은 길게 봐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금융위는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상자산은 금융상품으로 정의되지 않고 현행법상 ETF 기초자산에 포함되지 않아 금융회사가 당장 중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에서 승인됐을 때도 당일 금융위는 증권사들에 직접 해외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를 제한했다.
당시 금융위는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고 미국 등 해외 사례도 있는 만큼 (현물 ETF 중개 허용 여부를) 추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논의는 계속해서 밀리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의 금융 규제나 글로벌 수준의 금융 환경에 맞추려면 법인계좌는 당연하고 ETF나 다른 방식의 상품도 같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규제와 보폭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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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제 '대한민국 법인'도 비트코인을 산다. 해외서는 이미 일상이지만 뒤늦게 한국도 법인투자가 허용됐다. '개인' 투자자 일색인 한국 가상자산 투자 지형도에 일대 지각변동이다. 검찰은 범죄수익으로 몰수한 가상자산을, 대학은 기부받은 가상자산을 팔 수 있게 됐다. 가상자산 거래소도 그간 당국 눈치를 보느라 손대지 못한 보유 가상자산 현금화가 가능해졌다. 상장사 등 3500개 법인에 가상자산 투자 기회가 생겼다. '가보지 않은 길'이 열린 셈이다. '큰손' 법인의 등장은 어떤 지형 변화를 몰고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