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기계론 안돼" 전세계 3곳뿐, 장인 손길로 탄생한 車부품
41년 역사 한세모빌리티 대구공장 가보니…30년 장인 구슬땀
베어링 수작업 조립…승차감 개선한 글로벌 기술력 인정받아
- 김성식 기자
(대구=뉴스1) 김성식 기자 = 지난 23일 방문한 한세모빌리티 대구 공장. 구동장치를 생산하는 제1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옆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각종 설비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지난해 회사 매출의 61%를 차지한 '구동축'(하프샤프트)이 생산되는 현장이다.
구동축은 엔진(내연기관) 또는 모터(전기차)의 회전 동력을 바퀴로 전달해 차량이 구동되게 하는 핵심 부품이다. 김익환 한세모빌리티 대표이사 부회장은 공장을 찾은 취재진에게 "다른 자동차 부품과 달리 매우 정밀하고 까다로워 안정된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며 "고객사 사전 검증까지 매우 긴 소요되는 만큼 신규 부품사 진입이 어려운 분야"라고 설명했다.
구동장치 공장에선 푸른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구동축에 쓰이는 각종 케이지, 이너레이스, 아우터레이스, 베어링 볼 등의 부품을 수작업으로 조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자동차 생산 공정 상당수가 자동화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공장 관계자는 "베어링 구조로 돼 있어 공차 중량(설계 치수에서 허용하는 최대 오차 범위)가 대단히 작다"며 "과거 대우그룹 시절부터 근무한 30년 이상의 숙련된 근로자분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자동화가 그만큼 어렵고 장인의 섬세함을 아직 로봇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작업자의 섬세한 손길을 거친 구동축은 정밀 기계로 옮겨졌다. 구동축 내 등속 조인트를 가공하기 위해서다. 이후 자동화 장치 내 컴퓨터가 구동축의 외관부터 내구성까지 꼼꼼하게 따져봤다. 베테랑 근로자들의 섬세한 손길에 첨단 설비가 더해져 구동축이 완성되는 것이다.
대구 공장에서 만들어진 구동축은 부산항을 통해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포르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되고 있다. 최대 고객사는 스텔란티스로, 지난해 스텔란티스 북미 생산 차량 150만 대 중 65만 대에 한세모빌리티의 하프샤프트가 들어갔을 정도다. 한세모빌리티 하프샤프트를 쓰는 대표 차종은 지프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그랜드 체로키'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러브콜을 받은 비결은 한세모빌리티의 '볼스 플라인 샤프트' 기술에 있다. 자동차 스트로크 흡수를 극대화해 승차감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준다. 김 부회장은 "볼스 플라인 샤프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한세모빌리티를 포함해 영국 GKN과 미국 넥스티어 오토모티브 등 3곳에 불과하다"며 "북미 신규 차종에 적용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4년 대우기전공업으로 시작한 한세모빌리티는 지난해 11월 한세예스24그룹이 인수하면서 같은 해 11월 한세그룹 계열사로 완전히 편입됐다. 연면적 6만 7081㎡(2만 292평)의 대구공장에는 하프샤프트를 생산하는 구동공장 외에도 △제동·조향공장 △전장공장 등 3개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운전자가 핸들을 조작하면 그 회전력을 조향 장치에 전달하는 '스티어링 칼럼'과 차량 내 전기장치에 전력을 공급하는 '알터네이터' 등이 각각 제동·조향공장과 전장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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