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진로 경쟁자는 넷플릭스…글로벌 브랜드로 키울 것"
필리핀 진로 점유율 67% 압도적 '1위'…현지인 중심 일반 소주 수요 급증
"교민 위주 채널 벗어나 현지 유통망으로…현지 두자릿수 성장 목표"
- 배지윤 기자
(마닐라=뉴스1) 배지윤 기자
우리의 경쟁사는 오비맥주나 롯데칠성음료가 아닙니다.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의 콘텐츠가 실질적인 경쟁자입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000080) 대표이사는 지난 15일 필리핀 마닐라 애드미럴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들이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시간을 소비할 가치가 있는 경험'"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진로는 술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진로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활용해 진로를 세계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이날 간담회는 하이트진로가 '진로(JINRO)의 대중화'를 선언하며 세계인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겠다는 글로벌 비전을 공식화하는 자리였다. 김 대표는 필리핀 시장에서의 성과를 발판 삼아 동남아 전역으로 전략을 확장할 계획도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7월 마닐라에 현지 법인 '하이트진로 필리핀'(Hitejinro Philippines)을 설립한 이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진로는 필리핀 소주 시장 진출 이후 줄곧 점유율 1위를 유지해 왔으며 2023년 기준 약 6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초기 적자였던 필리핀 법인은 2023년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 109억 원, 당기순이익 3억 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진로의 필리핀 시장 안착은 단순한 판매 확대를 넘어 현지 시장 구조 자체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한때는 한인 교민을 중심으로 과일 리큐르(과일소주)가 주로 소비됐지만, 현재는 현지인을 중심으로 일반 소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2013년 약 8만 8000명이던 필리핀 내 재외동포 수는 2023년 약 3만 4000명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량은 3.5배 이상 증가했다. 소비 기반이 교민 중심에서 현지인 중심으로 전환됐다는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2022년~2024년 진로의 연평균 성장률은 41.7%에 달했으며 2021년 61%에 달했던 과일 리큐르 판매 비중도 2024년에는 일반 소주(68%)에 역전당했다. 이는 초기에는 달콤한 맛으로 입문했던 현지 소비자들이 이제는 소주 본연의 맛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과거 교민 위주의 시장과 식당을 벗어나 지금은 현지 편의점과 마트 등 다양한 채널에서 진로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큰 성장을 이뤄냈다"며 "이러한 부분을 더욱 강화해 진로의 대중화를 달성하겠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성공 요인에는 촘촘한 유통망 구축과 K컬처를 활용한 브랜드 경험 전략도 큰 역할을 했다. 현지 최대 유통사인 PWS를 비롯해 SM그룹·S&R 멤버십 쇼핑·세븐일레븐 등과의 협력을 통해 가정용은 물론 외식·유흥 채널까지 유통 범위를 폭넓게 확장했다.
또 현지 음식과의 페어링 콘텐츠와 K-팝 콘서트 후원 및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있으며 삼겹살 프랜차이즈 '삼겹살맛', '로맨틱 바보이' 등과 협업도 소주와 K-푸드를 연결짓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어느 법인이든 마케팅비·관세·운반비 등을 포함한 투자가 많은 시기"라면서 "영업이익 측면에만 연연하지 않고 글로벌 주류사들과 경쟁과 현지의 진입장벽을 넘기 위해 시장을 만들고 매출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지속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을 이끄는 국동균 법인장도 참석해 현지 시장에 대한 성과와 목표를 공유했다. 국 법인장은 필리핀이 동남아 주요 성장 시장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으며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소주의 인지도가 꾸준히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 법인장은 "(필리핀 시장에서)진로는 유통망을 구축·강화해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라며 "현지 저가 소주 브랜드가 후발주자로서 가격 정책만으로는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다른 경쟁 브랜드의 견제가 적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시장의 가격 전략에 대해서는 "가격 정책은 현지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민감도가 낮아질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진로는 브랜드 접근성이 높아 소비자들의 자발적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끝으로 그는 "필리핀 법인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현지 판매량(소비자 판매) 1위를 기록했다"며 "앞으로도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jiyounbae@izsli.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