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K-소주, 지금이 '글로벌 도약' 골든타임이다
인구 감소 등 내수 한계에 부딪힌 주류업계, 해외로 눈돌려야
K팝·K드라마 인기가 만든 기회…K-소주 글로벌 공략 적기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한국 주류 산업이 내수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 음주 인구는 줄고, 세대가 바뀌며 음주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도수를 낮추고 맛을 바꿔도 축소되는 시장을 되돌리긴 어렵다. 이제 생존의 해답은 분명하다. '내수'가 아닌 '글로벌'이다.
하지만 해외 시장도 녹록지는 않다. 세계 주류 시장은 이미 위스키·와인·테킬라처럼 각자의 스토리와 문화를 담은 술로 가득하다. 이들 주류는 단순히 맛이 아닌 경험과 감성을 팔며 세계인의 술 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렸다. 그런 면에서 K-소주가 설 자리는 아직 협소하다. 그간의 해외 진출도 교민 사회와 한식당 소비에 머무르며 확장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최근 필리핀에서 마주한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한식당이 아닌 일반 레스토랑에서도 MZ세대가 소주를 자연스럽게 주문하고,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서 초록병을 집어 드는 소비자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 같은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BTS와 블랙핑크부터 K-드라마와 영화 등 K-컬처의 글로벌 흥행이 배경에 있다. 콘텐츠 속 반복 노출을 통해 초록병은 '한국의 술'이라는 인식을 심고 이를 계기로 호기심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K-소주는 그 호기심을 '경험'으로 확장해야 할 때다. 단순히 병을 수출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소주가 가진 건배 문화, 함께 마시는 정서, 안주와 어울리는 미식 경험까지 현지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술 자체뿐 아니라 그 술을 둘러싼 '문화'를 수출해야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타이밍이다. K-팝은 이미 글로벌 음악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고 K-드라마 역시 전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산'에 대한 신뢰와 호감도 역시 눈에 띄게 높아진 상황이다. K-소주 역시 이 문화적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 세계 시장에 소주를 본격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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