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전투기를 왜 분해한 후 화물비행기로 실어 나를까?"
방산 물류 프로젝트 화제, 최근 CJ대한통운 전투기, 훈련 장비 등 운송
분해-운송-조립하는 모듈형 방식 활용해 눈길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하늘을 날 수 있는 '전투기를 굳이 분해해서' 화물비행기로 실어 나를까?"
복잡한 스토리와 함께 매우 정교한 작업을 필요로 하는 것이 이른바 '방산 물류' 프로젝트다.
국내 물류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최근 경로 최적화 기술과 모듈형 운송 방식을 활용해 방산 물류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방산 물류 프로젝트는 전투기와 전차, 전투기 훈련 장비 시뮬레이터 등을 국제 운송하는 것을 의미한다. 높은 안정성과 전문적인 운영역량이 요구되는 최고난도 작업 중 하나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22년 영국 국제 에어쇼에 참가하는 공군 블랙이글스 T-50B 항공기 9대를 운송했고, 2023년에는 폴란드로 납품되는 FA-50GF 항공기 12대도 6개월에 걸쳐 운송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는 전투기 훈련 장비 시뮬레이터 2대를 폴란드로 보냈다. 이외에도 헬리콥터, 전차 등 다양한 방산물자의 국내외 운송을 진행했다.
흥미로운 것은 하늘을 날 수 있는 전투기를 굳이 다 분해해서 화물비행기로 다시 실어 나른다는 부분이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전투기의 경우 해외 수출 시 다양한 방법으로 운송이 이뤄진다. 완성체로 한국에서 목적지 국가까지 파일럿이 조종해 가는 경우도 있으나 최근에는 주요 부품을 분해, 화물선이나 화물기로 실어서 운송한다.
예를 들어 2024년 10월 CJ대한통운은 KAI 전투기 T-50TH를 태국으로 운송한 과정을 공개했는데, 당시 완성체가 아닌 '분해-조립-운송' 방식으로 진행됐다. 직접 동체, 날개, 수직꼬리날개, 엔진 등 4개 부분으로 분해된 상태에서 운송이 진행됐고 많은 전문인력이 투입됐다.
당시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경남 사천의 KAI 제조공장에서 차량에 실어 인천공항으로 이동했다. 이후 화물기에 실어 태국으로 날아간 뒤 현지에서 다시 육상운송 후 도착지에서 조립했다.
완성체가 아닌 분해 후 운송하는 것은 나름의 사정이 있다. '방산 물류' 프로젝트의 경우 전투기 기종, 제조사 요청, 도착국가의 요청, 기상상황 등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에 의해 운송 방식, 운송 루트가 결정된다.
공중급유기로 공중에서 연료공급이 가능한 기종인지, 연료를 최대로 투입했을 때 몇 시간이나 비행 가능한지 등을 세밀하게 따져야 한다.
가령 한 번의 연료 투입으로 2~3시간 정도 비행 가능한 기종인데, 도착지까지 6시간이 소요된다면 중간 중간 여러 국가에 진입해서 추가 급유 및 기체 점검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절차가 복잡하다. 사전에 각국으로부터 영공통과 허가(over flight permit) 및 착륙허가(Landing permit) 등 진입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다.
만약 진입 허가를 받더라도 각 국가에서 전투기 연료 주입 장비와 엔지니어가 제때 준비가 되어야 한다. 이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경우 운송 과정 전체가 지연될 수도 있다.
또한 파일럿이 장시간 조종할 경우 피로도가 상당히 높고, 만약 비행 중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어, '분해-조립'이라는 복잡한 운송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전투기와 같은 방산 물류의 경우 크기와 무게가 상당할 뿐 아니라, 부품 파손 시 재조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국가 간 신뢰를 잃을 수도 있어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
안전한 내륙운송을 위해 최근에는 '무진동 차량'이 투입된다. 의료장비, 전산장비, 미술품, 실험장비 등 고가 물품을 세심하게 운반할 때 쓰이는 데 압축된 공기로 화물 적재공간에 가해지는 충격을 저감하는 에어서스펜션이 장착돼 있다.
실제 지난해 CJ대한통운 T-50TH 태국 운송 시 '무진동 차량'이 투입된 바 있다. 경남 사천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할 때, 태국 우타파오 공항에서 하역 후 최종 목적지인 타끌리 공군기지까지 이동할 때 모두 무진동 차량이 활용됐다.
차량에 전투기 부품을 실을 때에는 각 부품의 정확한 무게 중심을 계산, 정교하게 적재해야 한다. 국내 및 현지 차량 이동속도는 평균 60㎞, 최대 70㎞를 넘지 않게 안전하게 운행한다.
방산 물류 운송 과정에서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었다. 올 초 훈련 장비 시뮬레이터의 폴란드 운송의 경우 CJ대한통운은 국가별 영공 통과 규정, 보안 요건 등을 고려해 최적의 항공 경로 설계에 공을 들였다.
시뮬레이터의 경우 군사물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부 국가의 영공 통과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 폴란드로의 직항 대신 캐나다 밴쿠버를 경유하는 우회 경로를 채택했다. 운송 시간이 직항 경로와 대비해 대폭 증가했지만,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장영호 CJ대한통운 IFS본부장은 "K-방산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한국 방산 기업들의 해외 수출이 확대됨에 따라 방산 물류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일반 화물과 달리 엄격한 보안 기준과 복잡한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를 사전에 고려한 맞춤형 물류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은 국가별 운송 규제, 물류 환경, 문화적 특성을 철저히 분석하고, 각 지역의 현실에 맞는 최적의 운송 방안을 마련해 안정적인 물류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장 본부장은 "앞으로도 CJ대한통운은 최적의 운송 경로를 설계하고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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