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이후 첫 신작…산문집 '빛과 실'에는 무슨 내용 담겼나
24일 정식 출간…"소박한 일상과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상념"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이 신작 산문집 '빛과 실'로 돌아왔다. 문학과지성사의 '문지 에크리' 시리즈 아홉 번째 책인 이 작품은 24일 정식 출간됐다.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빛과 실'을 비롯해 미발표 시와 산문, 작가의 개인적인 공간인 '북향 방'과 '정원'에서 쓴 일기, 그리고 사진들을 엮어 총 12편의 글로 완성했다.
책은 한강이 이삿짐을 정리하다 발견한 유년 시절에 쓴 일기장을 발견한 사연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 '빛과 실'이 어린 시절 한강이 사랑을 정의한 문장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우리의 가슴과 가슴을 이어주는 금(金) 실, 즉 '빛을 내는 실'인 것이다.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작가가 된 한강은 30년 넘게 글을 쓰면서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두 질문 사이의 끊임없는 긴장과 내적 투쟁이 작문의 동력이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에서 그는 수많은 질문의 가장 깊은 곳에는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는 근원적인 힘이 존재했음을 이야기한다.
햇빛이 들지 않는 '북향 방'에서 글을 쓰고, 음지에서도 꿋꿋이 자라는 정원의 식물들을 바라보며, 햇빛을 간절히 붙잡는 작가의 일상은 소박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자신의 글쓰기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며 생명의 온기를 전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됐음을 분명히 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타나는 글과 이미지는 서로 스며들고 끌어당기며 작가의 내밀한 세계로 초대한다. 40여 년 전 유년의 기억에서 시작된 사랑과 생명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갈망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작가가 '북향 방'과 '정원'에서 느꼈던 생생한 감각들을 통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강의 '경계 없는 글쓰기'는 생명의 경이와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세계를 보여준다. '문지 에크리' 시리즈의 기획 의도처럼, '빛과 실'은 작가의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제공한다.
이 책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 존재의 연약함을 응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빛과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으려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담아냈다. 햇빛이 잎사귀를 통과할 때 느껴지는 "거의 근원적이라고 느껴지는 기쁨의 감각"에 대한 묘사는 우리가 잊고 있던 생의 감각을 되살려주는 듯한 깊은 인상을 남긴다.
acenes@izsli.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