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 엎어 번듯한 청주관문으로…장덕수 회장의 '고난 8년'
고속버스터미널 복합개발사업 완성 '시 이미지' 쇄신
토지 매입부터 감사원 감사, 검찰 조사까지 우여곡절
- 박재원 기자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터미널사거리 일원은 지역 대표 관문이다.
서쪽으로는 대전‧충남‧세종으로 통하고, 남북으로는 경부고속도로로 드라마 '모래시계'(1995년)의 배경이 됐던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을 따라 들어선 청주 입구는 룸살롱, 나이트 등 유흥주점과 숙박업소가 군락을 이뤄 환락의 도시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다들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해결할 능력자는 없었다.
하지만 장덕수 우민그룹 회장(65)이 이곳의 이미지 쇄신을 이뤄냈다. 청주시 공유재산인 가경동 고속버스터미널의 운영권을 가지고 있던 장 회장은 청주시로부터 개발사업 제안을 받고 이 용지를 매입한 뒤 여기에 주거, 교통, 상업을 한데 묶은 '청주 센트럴시티'를 만들어냈다.
터미널은 물론 170개 정도의 개별 상업시설, 영화관, 백화점이 다음 달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유흥주점, 모텔밖에 눈에 띄질 않던 청주 관문이 달라진 것이다.
청주시는 건축물 사용승인 후 "상징적인 경관과 시설로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충주 출신 장 회장은 자도주 '충북소주'를 만들어 도민을 하나로 결집한 지역 대표 사업가다. 주류업체를 매각한 뒤 처음 손을 댄 사업이 바로 '청주고속버스터미널 복합개발사업'이다.
청주의 이미지를 새롭게 단장한 이 사업은 절대 순탄한 길이 아니었다. 감사원 감사, 대통령실‧국무총리실 감찰, 검찰 조사 등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장 회장은 "이 사업을 왜 맡는다고 했는지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심정도 여러 번 들 정도로 상당히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지역 일부에선 말도 안 되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업은 시작부터 험로를 예고했다. 2017년 1월 공개 입찰로 용지 확보 후 같은 해 8월 청주시와 개발 협약을 하자 이때부터 음해 세력은 사정기관에 무차별 투서와 제보로 방해를 시작했다.
지역 시민단체까지 가세한 특혜 매각 의혹은 처음부터 상식 밖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공개 입찰에서 장 회장은 주변 경매 시세보다 두 배 높은 343억 원(3.3㎡당 800만 원)을 써내 최고 가격으로 용지(1만 3224㎡)와 건물(9297㎡)을 매입했다. 당시 청주시에서 행정안전부에 수의계약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결과 '자치단체 재량으로 가능하다'는 회신도 받았지만, 특혜 시비 차단을 위해 공개 입찰로 했다.
공개 입찰과 최고가 낙찰이 특혜라는 상식 이하의 의혹은 물론 용도 변경 특혜도 제기했다. 이미 해당 용지는 여객자동차터미널로 쓸 수 있는 중심상업지구로 여기에 추가로 상업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20년간 본래 용도(터미널 시설 등)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이뤄진 용도 변경을 불법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감사원은 17개월가량 이를 조사했지만, 위법 사항이 없다고 판단해 2018년 11월 불문 처분했다.
억지 특혜 의혹을 매듭짓고 건축허가 승인을 앞둔 시점, 이제는 당시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2020년 1월 같은 내용을 가지고 검찰에 고발했다. 한술 더 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청와대 개입설까지 보탰다.
사업 구상이 한창이던 2017년 청주시장은 곽 의원과 같은 당 소속 야권 단체장으로 청와대와 결탁까지 주장했으나 검찰 조사에서 사실무근으로 밝혀져 2021년 5월 혐의없음으로 결론 났다.
검찰 조사가 시작됐지만, 전후 사정을 알던 한범덕 전 시장은 사업이 지체돼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 2020년 9월 드디어 건축허가 승인을 했다.
가까스로 공사를 시작했으나 이번에는 고속버스회사에서 외부에 임시 차고지를 조성한 것이 특혜라고 물고 늘어졌다. 이 역시 현행법상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끝났다.
갖은 방해에 이 사업은 토지 매입 후 건축허가까지 3년 9개월이 지연됐고, 공공 기여금 등을 합쳐 420억 원의 매몰 비용이 발생했다.
공공기여는 사실상 역차별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법이 정한 5~15% 중 최고요율 15% 적용했다. 이렇게 시에 낸 공공 기여금은 128억 원에 달했다.
그렇다고 청주시에서 용적률을 높여준 것도 아니다. 장 회장 측에서는 애초 용적률 1000%를 요구했으나 청주시에서 750%로 하향 조정했다.
이것을 특혜라고 주장하며 검찰 조사 등 갖가지 고초를 겪으며 토지 매입부터 완공까지 8년의 곡절을 보낸 장덕수 회장을 '돌부처'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자 이제 주변에서 여러 가지 제안도 잇따른다. 대표적으로 내년 하반기 대부 계약이 끝나는 청주여객터미널에 대한 고속버스터미널 복합개발과 같은 방식이다.
그렇지만 장 회장은 "어떠한 일을 겪었는지 잘 알 것 아니냐. 여러 가지 제안이 있으나 실망감과 배신감으로 선뜻 내키질 않는다"라며 "만약 지역발전을 위해 내가 필요하다면 어떠한 도움을 줄지에 대해서는 고민하겠다"고 했다.
그는 "사업을 방해하고 끊임없이 괴롭혔던 음해 세력들에 대해선 참회하고 용서를 구한다면 수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덕을 베풀려는 그의 인생철학을 반영하듯 2014년 사재 170억 원을 들여 설립한 '우민'(友民) 재단의 의미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현재 장학‧교육, 문화‧예술, 나눔‧복지, 해외 사회공헌 사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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