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파면 후 헌재 '개점휴업' 위기…마은혁 임명 대선 후로 밀리나
문형배·이미선 퇴임하면 6인 체제…사건 심리 가능, 선고 사실상 어려워
2차례 재판관 미임명 위헌 결정…헌법학자 "韓, 이제라도 임명해야"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가 다시 '개점휴업' 상황을 앞두고 있다. 헌법재판관 2명의 임기 만료가 2주 앞으로 다가왔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 후보자 임명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헌재는 8인 체제로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을 처리했다.
탄핵 소추된 한 대행이 직무에 복귀한 이후에도 좀처럼 말을 아끼며 마 후보자 임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만큼 차기 대통령이 임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는 6월 초 대통령 선거가 예상되는 만큼 헌재는 최소 두 달 동안 업무 정지에 놓이는 셈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월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은 오는 18일 6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두 재판관이 퇴임하면 헌재는 지난 1월 정계선·조한창 재판관 임명으로 해소한 6인 체제를 석 달 만에 다시 마주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은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 사건을 심리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두 재판관이 퇴임해 공석이 되면 남은 재판관은 6명으로, 사건 심리에 필요한 7명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재판관 정족수 부족으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사건 심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헌재는 이 위원장 측이 제기한 헌재법 23조 1항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해 위기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다만 이 위원장 측이 제기한 같은 법의 위헌확인 헌법소원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이 위원장 측의 가처분 신청만 결정하고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을 판단하지 않아 현재 6인 체제로 사건을 심리할 수는 있다"면서도 "6인의 재판관 중 한 사람이라도 기각 의견을 낸다면 사건 전체가 기각으로 결정되는 상황으로 과연 청구인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이를 감안하면 헌재는 심리는 하되 결정은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족수 부족에 따른 헌재의 기능 정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재판관 5명이 퇴임하면서 사상 초유 '4인 체제'가 발생했고 국회가 후보자 3인을 두고 샅바 싸움을 벌여 한 달 가까이 공전을 이어간 일도 있었다.
앞서 헌재는 한 총리와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회 몫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 대행은 지난달 24일 직무 복귀 이후 마 후보자 임명을 하지 않고 있다. 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26일 국회의 임명동의안 통과 이후 이날까지 101일 동안 헌법재판관 후보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 대행은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 직후 출근길에서 취재진이 마 후보자 임명 문제를 묻자 "이제 곧 또 뵙겠다"는 엉뚱한 답변만 내놓고 사실상 회피했다.
그러면서 "초당적 협력이 당연한 주요 국정 현안들을 안정감 있게 동시에 속도감 있게 진척시킬 수 있도록 저부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행이 지난해 12월 여야 합의 전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것에 이어 직무 복귀 첫날 마 후보자 임명 문제에 답은 회피하면서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것을 보면 마 후보자 임명 관련 입장은 바뀌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선 이제라도 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으로써는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대로라면 새 대통령 선출 이후까지 두 달 이상 6인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서 대통령 몫 재판관 2명을 지명해 임명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고 짚었다.
임 교수도 "마 후보자를 바로 임명해야 한다"면서 "한 총리는 헌재에서 두 차례 결정을 통해 마 후보자 미임명 관련 위헌 결정 이후에도 임명을 미루면서 매일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임 교수는 "대통령 몫 재판관 임명은 국회와 대법원장 선출 몫에 대한 임명권 행사와 달리 '실질적 임명'인 만큼 한 총리가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goldenseagull@izsli.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