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심사 출석한 5호선 방화범 "죄송…이혼소송 공론화하려 범행"(종합)
'피의 사실 숨기려 피해자인 척했냐' 묻자 "아니오"…혐의 인정엔 "네"
10시 30분 남부지법서 구속심사…친형 "억울함 말해 달라 해"
- 신윤하 기자,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김종훈 기자 =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 불을 지른 60대 남성이 구속 기로에 섰다. 피의자 원 모 씨는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이 있어 공론화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에겐 "죄송하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이영광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60대 남성 원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 중이다.
원 씨는 이날 오전 10시 6분쯤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흰색 모자에 남색 티셔츠를 입고 포승줄에 묶인 채 남부지법에 출석했다.
원 씨는 "이혼 소송 결과에 대해 어떤 부분에 불만이 있었냐"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직후 "공론화하려고 범행했냐"는 취재진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원 씨는 "미리 계획하고 불 지른 거냐", "주유소에서 휘발유는 어떻게 산 거냐" "피해자인 척 피의 사실 모면하려고 한 거냐", "시민분들께 하실 말씀 없냐", "손해배상 청구까지 거론되는데 입장 없냐"는 질문 등에는 대답하지 않고 법원에 들어갔다.
영장실질심사 16분 만에 법원을 나온 원 씨는 "혐의 인정하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취재진 질문엔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손해배상 청구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입장이 있냐는 질문엔 "없습니다"라고 말을 흐렸다.
원 씨는 "피해자인 척 (사건 현장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피의 사실을 숨기려고 한 것이냐"는 질문엔 "아니오"라고 답했다. "이혼소송에 불만이 있어 공론화하기 위한 것이었느냐"는 질문엔 "네. 맞아요"라고 답했다.
원 씨의 친형은 이날 원 씨의 법원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 원 씨가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이 있어 불을 저질렀단 취지로 말했다. 그는 범행 이유에 대해 "이혼 때문에 그랬다. 얘(피의자 원 씨) 재산이 7억 5000만원인데 (전 아내한테) 6억 8000만원을 주라고 (이혼소송에서) 했다"며 "돈 주겠냐. 그럼 죽여버리죠. 칼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혼 사유에 대해 "고등어구이 먹고 싶다고 (원 씨가) 했는데 (전 부인이) 안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치장에서 동생이) 억울함을 말해 달라(고 했다)"며 "FM대로 살았고 집과 일밖에 모른다"고 덧붙였다.
원 씨 친형은 "어제 전화가 와서 어디냐고 하니까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 있다'고 했다. 왜 거기 있냐니까 '큰 사고 쳤다'고 얘기 했다"며 "승객 여러분께 큰 사고를 저질렀다. 죄송하다"고 했다.
원 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3분쯤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을 출발해 마포역으로 향하는 열차에서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원 씨는 열차 출발 직후 약 2~3L 용량의 유리통에 담겨있던 휘발유를 옷가지에 뿌린 뒤 가스 점화기로 불을 붙인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원 씨가 사전에 휘발유를 준비하는 등 범행을 계획한 정황도 포착됐다. 그는 경찰에 "방화에 쓰인 휘발유를 2주 전쯤 집 근처 주유소에서 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여의나루역 플랫폼으로 나오는 원 씨의 손에 그을음이 많은 것을 발견하고 혐의를 추궁, 범행을 시인한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원 씨는 경찰에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원 씨는 유서를 준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로 원 씨를 비롯해 총 23명이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었다. 129명은 현장 처치를 받았다. 또한 지하철 1량이 일부 소실됐고, 지하철 2량에서 그을음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이 추산한 재산 피해액은 3억 3000만 원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원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구상권 청구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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