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의대반 달랑 3곳, '영유' 4세 고시반 0곳…엉터리 현황 파악
조기교육 광풍인데 경기·부산·대구 '0', 서울·인천 '현황 없음'
교육청 조사 부실…"신고·등록 대상 아니라 별도 규정 없어"
- 권형진 교육전문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교육전문기자 =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유아 대상 조기 사교육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교육당국이 현황조차 파악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당국이 뒤늦게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초등의대반' 등은 빠져 있어 '반쪽 조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초등의대반'은 총 3곳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초등의대반' 현황을 요청했더니 2개 교육청만 총 3곳이라는 답변을 보냈다.
대전 2곳, 강원 1곳이라고 제출했다. 서울 못지않게 사교육이 발달한 경기를 비롯해 부산·대구 등 12개 교육청은 관내 초등의대반이 '0곳'이라고 밝혔다. 서울과 인천은 '현황 없음'이라고 제출했다.
'초등의대반'이 있다고 밝힌 교육청의 경우 이름에 '의대'가 들어간 학원 수치를 제출했다. 전북은 의대 명칭을 사용한 학원은 4곳이지만 조사 결과 의대반 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없다고 밝혔다.
'4세 고시', '7세 고시'를 운영하는 학원이 있다고 밝힌 교육청은 한 곳도 없었다. 부산·대구 등 10개 교육청은 '0곳'이라 답했다. 서울을 비롯해 인천·경기 등 7곳은 '현황 없음'이라고 답변했다.
기존 알려진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7~8월 점검한 결과 전국 145개 학원이 '초등의대반' 등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를 하거나 '의대반' 과정을 운영했다. 당시 적발된 학원은 서울이 28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25곳, 대구 22곳, 부산 20곳, 전북 15곳 등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영어유치원이 총 787곳인 것과 비교하면 '4세 고시'를 운영하는 학원이 없다는 것도 믿기 힘든 수치다. '4세 고시'는 일반적으로 5세 때 영어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 4세부터 입학 테스트를 영어로 준비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초등학교부터 다닐 학원에서 '레벨 테스트'를 보기 위해 '7세 고시'라는 말이 생겼다.
실제 '0곳'이라기보다 '현황이 없다'는 게 더 정확하다. 현행 학원법상 '4세 고시', '7세 고시'로 불리는 레벨 테스트 실시 여부는 신고나 등록 대상이 아니다. 학원에서 교습과정으로 '초등의대반'을 운영한다고 해서 별도 관리할 수 있는 규정도 없다.
교육부가 7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과 영어유치원을 대상으로 레벨 테스트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초등의대반'은 빠져 있다. '4세 고시'는 영어유치원이 대표적이긴 하지만 유명 수학 학원 등도 포함하는데, 이번 전수 대상은 아니다.
김문수 의원은 "예전부터 있던 초등의대반이 최근 들어 전국으로 확산했다는데, 대도시 교육청이 0곳이라고 하면 정말 그런 것인지 의문"이라며 "정확한 현황 파악부터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시스템 미비인 만큼 법령의 미비점을 고치는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라며 "학원 등록할 때 레벨 테스트를 포함하거나 학원 정보 공시를 보완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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