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기 시아버지에 공들이더니…간병인, 통장 잔고 다 빼갔다" 분통
- 김송이 기자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치매기가 있는 시아버지를 꼬드겨 통장 잔고를 다 빼간 간병인에게 돈을 돌려받고 싶다는 며느리의 사연이 전해졌다.
14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연자는 60대 여성 A 씨로, 그의 80대 시아버지는 몇 달 전 갑자기 쓰러졌다. 시아버지는 쓰러진 뒤로 인지 능력 저하를 겪었고, 섬망 증세까지 보여 결국 입원했다.
가족들은 병원에서 소개해 준 간병인을 뒀는데, 시아버지의 까탈스러움에 두 명의 간병인이 버티지 못하고 그만뒀다. 이후 세 번째로 온 60대 간병인은 사근사근하고 친절하게 아버지를 잘 모셨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간병인은 가족들에게 "환자님 퇴원하셔도 될 것 같은데, 퇴원하셔서 집으로 가서도 제가 잘 도와드리겠다"고 권했다. 시아버지도 "병원에 있으니 더 답답하고 아픈 것 같다"며 퇴원을 고집했고, 그렇게 간병인은 자연스레 집으로까지 옮겨와 간병을 이어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간병인의 태도가 달라졌다. 가족들이 가면 "지금 막 주무시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만 가라" "자주 오면 집이 어수선하니까 너무 자주 오지 마라" 등 선 넘는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어느 날 A 씨의 시누이가 아버지 집에 방문했는데 집안이 조용해 안방 문을 열어봤다가 깜짝 놀랐다. 아버지와 간병인이 꼭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누이가 아버지에게 이에 대해 묻자 아버지는 "저 사람(간병인)이 나보고 같이 살자고 한다"며 깊은 사이로 발전했다고 털어놨다.
가족들이 간병인에게 "아버지가 당신하고 산다고 하시는데 정말 그런 마음이냐"고 묻자, 간병인은 "우리 큰오빠 같아서 그런 것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결국 간병인은 며칠 뒤에 일을 그만뒀는데 몇 달 뒤 더 충격적인 일이 생겼다. 시아버지가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한텐 말하지 말라"며 "돈 좀 있냐. 나 돈 좀 줘라"고 부탁을 해 온 것.
A 씨는 이를 곧바로 남편에게 알렸는데, 남편은 "돈이 없을 분이 아닌데 왜 돈이 없지? 이상하다"고 하며 아버지의 통장 내역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아버지의 그 많던 재산은 다 사라지고 통장 잔고는 0원이 돼 있었다.
알고 보니 시아버지는 간병인과 몰래 만남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에 A 씨와 가족들은 간병인이 아버지를 직접 은행에 데려가 돈을 챙긴 것 같다고 추측했다.
가족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버지 명의로 된 계약을 확인해 봤는데 놀랍게도 간병인의 휴대전화 요금과 간병인 집의 TV, 인터넷 요금 등이 다 시아버지 명의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또 정체불명의 한 남성 앞으로도 시아버지 명의의 휴대전화가 개통돼 있었는데 그는 간병인의 아들이었다.
가족들은 아버지를 병원에 다시 모시고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치매를 진단받았다고 A 씨는 전했다.
A 씨는 "간병인이 명의를 도용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통신 요금을 안 갚고 있다. 또 시아버지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데 돈을 돌려받고 싶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연에 대해 박지훈 변호사는 "그 돈 돌려받을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치매 상태가 잦은 아버지의 성년 후견인을 지정해야 하는 거다. 아들이 해도 되고 제삼자가 해도 된다. 그 이후에 횡령이나 사기 등으로 조치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손수호 변호사도 "(피해자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돈을 챙긴 건데 준사기죄 성립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며 "통화나 여러 가지 내역을 빨리 모아서 형사 조치를 취해야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syk13@izsli.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