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더 빨라"…윤여춘 해설자 분노케 한 대학 육상 경기 '시끌'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지난 21일 전국종별육상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육상이 위기'라는 말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 연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3000m 장애물 남자 대학부 경기 결승에 출전한 선수들은 경기 내내 느슨하다 못해 느린 레이스를 펼쳤다.
출발 총성이 울린 후 선수들은 결승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느긋한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다. 일부 선수들은 옆 선수와 이야기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날 대학부 1위를 차지한 정민국 선수의 기록은 10분 16초 56였다. 한국 남자 대학부 최고 기록은 2007년 당시 한국체육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황준현 선수가 세운 8분 50초 41이다. 여자 최고 기록인 9분 59초 05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윤여춘 육상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페이스가 늦다. 너무 순위 경쟁을 하다 보니까 조깅도 아니고 워킹보다 조금 빠른 것 같다. 실망을 많이 주고 있다. 이것이 대학 육상 선수들의 현실이다. 이런 경기를 국민이나 관중들에게 보여주는 건 우리 육상인들의 창피한 모습이다"라고 꼬집었다.
계속해서 조깅 같은 레이스가 이어지자 윤 해설위원은 "이렇게 뛰면 중계하는 저희도 힘이 나지 않는다. 시청하는 분들도 분명히 채널을 돌릴 거다. 육상의 인기를 저하시키는 경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어 "앞으로 당분간은 대학 3000m 장애물 경기는 중계해서는 안 되겠다. PD님한테 제가 이야기해서 앞으로 대학은 당분간은 중계방송하지 않는 거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속상하다. 초등학생도 이것보다는 빠르게 다닌다. 초등학생 800m 경기를 저희가 중계방송 많이 하지 않나. 이렇게 뛰지 않는다"라며 "제가 볼 때 이 선수들은 육상 인기를 저하하는 선수들이다. 정말 속상해서 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윤 해설위원은 29일 KBS스포츠에 "선수들이 어떻게 보면 담합해서 기록 위주가 아닌 순위 경쟁을 펼친 것에 흥분해서 안타까워서 한 이야기인데 대학생들이 담합을 했다는 게 속이 상한 거다. 최선을 다했는데 기록이 안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본인의 수준이기 때문에. 그런데 담합해서 경기 한다?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뭘 보고 배우겠나. 정말 안타깝고 꼭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경기 이후 비판이 쏟아지자 1위를 차지한 정민국 선수는 유튜브 댓글을 통해 "이제야 육상이 인기종목이 되었구나 몸소 느끼게 된다. 오히려 전국체전에서 다른 종목이 순위 싸움을 하면 그건 전력이고 전술인데 어떤 종목은 그게 되고 어떤 종목은 그게 안 된다는 게 참 웃기다"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한 누리꾼은 "윤여춘 해설은 20년 넘게 육상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인데 전략, 전술을 몰라서 강도 높게 비판하겠나. 최소한의 경기력이라는 게 있는 거고 그 선을 넘겼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정 선수는 "윤 해설위원이 그렇게 강도 높게 해서 너 같은 것들은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한 어린 선수들한테 그런 식으로 막말해도 되는 거냐. 인생 어떻게 사는지 안 봐도 뻔하다"라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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