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사전투표 마지막날 투표소 '시끌'…전국 곳곳 소란·현행범 체포도(종합)
투표율 34.74% 사전투표 종료…지난 대선보다 2.19%p 하락
전국 투표소 사건사고 잇달아…유튜보 몰려 소란·경찰 출동
- 유수연 기자, 남해인 기자, 김민수 기자, 김기현 기자, 김세은 기자, 김용빈 기자, 박지현 기자, 유재규 기자, 이시명 기자, 최성국 기자
(전국=뉴스1) 유수연 남해인 김민수 김기현 김세은 김용빈 박지현 유재규 이시명 최성국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0일 전국에서 1542만3607명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부정선거'를 감시하겠다며 유튜버들이 몰려와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사전투표율은 34.74%로 사전투표를 실시한 역대 선거 중 제20대 대선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2022년 제20대 대선에 비해 2.19%포인트(p) 감소했다.
이날 오전 8시쯤 사전투표소가 설치된 서울 종로구 사직동 주민센터 앞에는 20여명이 줄을 섰다. 목에 사원증을 건 직장인들은 동료와 만나 인사를 나눴고, 투표를 마치고 나와 인증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들은 투표소 사무원들에게 투표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고 물으며 초조한 표정으로 연신 시계를 쳐다봤다.
동료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한 50대 남성 직장인은 줄이 너무 길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계엄 등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연속해서 벌어졌고, 부정선거 등 이상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같은 투표소를 찾은 60대 여성 박 모 씨는 "(사전투표소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인데, 윤석열 전 대통령 때문인 거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 성동구 뚝섬역 인근 성수1가 제2동 사전투표소 앞도 점심시간 투표를 하러 나온 직장인들로 붐볐다. 많은 시민은 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경제'를 꼽았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투표소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던 한 모 씨(33·여)는 "회사 문화의 날이라 팀원이 다 같이 놀러 나온 김에 투표했다"며 "기업도 자영업자도 경제가 살아야 한다. 대통령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거 같은 사람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투표 인증을 남긴 황 모 씨(30·여)는 "이번에는 제발 탄핵 안 당할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며 "지금 다들 힘든 데 경제를 신경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기억과 안전의 길에 모여 묵념한 후 용산구청에 차려진 이태원 제1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두 번 다시 윤석열과 같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하는 권력이 태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우리의 투쟁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를 위한 엄정한 심판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투표를 마친 유가족들은 사전투표소 입구에서 '이태원 참사 규명을 위해 투표합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인증사진을 찍었다.
휠체어를 타고 광주 북구 매곡동 대한적십자사 사전투표소를 찾은 은종복 씨(59)는 "몸이 불편해 평소 같았으면 투표를 포기했을 수도 있지만 이번만큼은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나라가 평안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네 살 딸의 손을 잡고 온 권혜미 씨(42·여)는 "민주주의 교육 차원에서 딸과 함께 왔다"며 "어려서 아직 뭘 모르겠지만 이번 대선은 의미가 커서 아이 손에 도장을 찍어줬다"고 전했다.
울산 중구 병영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한표를 행사한 황 모 씨(67·여)는 "빨리 투표하고 싶어서 왔다. 주변에서는 사전투표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별 그런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울산대학교에 재학 중인 정영주 씨(22·여)는 "본가가 부산이라서 여기서 사전 투표했다"며 "투표는 했지만 대선 주자들에 대한 실망도 크다. 서로 갈등만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신분증 소지를 안내하던 선거사무원은 "어제보다는 사람이 적은 편이지만 오전부터 시민들이 꾸준히 투표하러 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투표 마지막 날도 전국 곳곳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보수 유튜버들이 투표소 앞에 몰려와 선거 사무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전날(29일)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수령한 유권자 30~40명이 투표소 밖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진 서울 서대문구 구 신촌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 앞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유튜버들이 몰려와 소란을 빚었다.
서울 서초구 반포4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한 남성이 점토를 활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려 사무원의 제지를 받고 자리를 떴다. 한 선거 사무원은 "문 앞에 저러고 있으면 사람들이 투표하러 오겠나. 투표 방해"라고 토로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부정선거부패방지대'에 소속된 이들은 투표함 봉인지 위가 아닌, 봉인지와 투표함에 걸쳐 간인하겠다고 주장했다. 같은 투표함을 본투표 날에 다시 사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는 재물 손괴가 될 수 있다.
이날 오전 7시 10분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회송용 봉투에서 이재명 후보의 기표 용지가 반으로 접힌 채 나왔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유권자 20대 여성이 선거 참관인에게 알려 밝혀진 이 사건으로 경찰이 출동, 초동 조치를 마무리하고 현장을 선관위 관계자에 인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선관위 측은 "자작극으로 의심된다"며 수사 의뢰를 통해 추후 진위를 밝힐 방침이다.
인천 서구 가좌동의 한 사전투표소 일대 '한 여성(40대)이 성조기를 몸에 두른 채 참관하고 있다'는 선관위 측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선관위 측은 성조기를 어깨에 걸친 해당 여성에게 퇴거 조치 명령을 내렸으나 그가 불응하자 경찰에 신고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배우자의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대리 투표하고 본인 명의로도 투표한 강남구보건소 소속 계약직 공무원에 대해서도 경찰이 조사 중이다.
해당 계약직 공무원은 전날 '두 번 투표한 사람이 있다'는 한 목격자의 신고에 의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체포한 해당 계약직 공무원에 대해 선거법상 사위투표 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전 오전 6시부터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전체 유권자 4439만 1871명 가운데 1542만 3607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34.74%를 기록했다.
이번 총선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은 19.58%를 기록, 역대 최고치로 마감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사전투표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오전 10시 기준으로 역대 최단 시간 1000만 명까지 돌파했지만, 오후 들어 주춤하면서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는 데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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