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매서운 눈빛 보니 초심 떠올라"…600홈런 도전 최정의 각오
데뷔 21년차에 2군 선수들과 함께 캠프 훈련
후배들과 땀 흘리며 노하우·동기부여 전수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SSG 랜더스의 간판타자 최정(38)이 스프링캠프에서 어린 후배들을 보며 초심을 되찾았다. 일본에서 퓨처스(2군) 선수들과 훈련 중인 최정은 자기 몸을 만들면서도 후배들을 챙기며 '팀 스피릿'을 다졌다.
최정은 지난달 24일부터 시작했던 미국 플로리다 1군 캠프에 참석하지 않았다. SSG의 전신 격인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10년 넘게 매년 플로리다에서 땀을 흘렸던 최정은 올해 미국 대신 일본을 택했다.
독단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이숭용 감독이 베테랑 선수들에게 캠프 참가에 자율성을 부여했는데 최정 외에도 김성현, 이지영, 김민식, 한유섬, 오태곤이 일본에서 따로 훈련하는 쪽을 택했다.
당초 이들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10시간 이상 장기 비행이 필요한 미국 대신 가까운 일본으로 간 것을 두고 일종의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선수단 조직력 약화 우려도 있었다.
구단 생각과 다르게 여론의 질타를 받자, 이들은 1월 말 조용히 일본으로 떠났다.
2주가량 따로 훈련하던 6명의 선수는 2월 중순부터 가고시마에서 시작된 2군 캠프에 합류했다.
우려와 달리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통상 2군 유망주들은 주전급 베테랑들과 함께 훈련할 기회가 없는데 캠프 기간 내내 동행하며 선배들의 노하우를 배웠다. 선배들도 평소 교류가 없는 후배들과 거리를 두는 대신 먼저 다가가며 소통하려 했다.
이 가정에서 최정의 역할이 컸다. 최정은 통산 495홈런으로 KBO리그 역사상 최다 홈런을 친 선수다.
지난해 말 4년 110억 원에 SSG와 FA 계약을 다시 맺은 최정은 600홈런을 바라보는 톱 클래스 선수다. 어느덧 4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타격 못지 않게 3루수 수비력도 여전히 정상급이다.
평소 최정을 자주 볼 수 없는 2군 선수들은 이번 훈련이 반갑다.
최정 역시 같은 포지션의 신인 최윤석(19)과 NC 다이노스에서 방출 후 SSG에서 재기를 노리는 김수윤(27)에게 적극적으로 수비 기술을 가르쳤다.
최윤석은 "처음엔 많이 긴장했는데 최정 선배님이 먼저 분위기를 풀어주셨다. 최고의 3루수인 선배에게 배우니 확실히 달랐다. 정말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김수윤도 "최정 선배님이 '3루 수비는 조금 앞쪽에서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확실히 달라졌다"고 웃었다.
자신의 것을 모두 흡수하려는 후배들을 본 최정도 흐뭇하다. 프로에 입단한 2005년, 간절했던 시기를 떠올리며 이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최정은 "2군 선수들과 함께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건 정말 오랜만인데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며 "하이에나 같은 후배들의 눈빛을 보니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각오를 다졌다.
eggod6112@izsli.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