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佛 핵우산으로 유럽방위…美 우리편 아닐 때 대비"(종합)
"유럽 미래, 미국·러시아에서 결정될 필요 없어"
獨 차기총리 "美 도움 없이 핵억지력 가져야" 영·프에 제안
- 김예슬 기자,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김지완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국이 우리 편에 없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며 유럽 각국 방위를 위해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및 BBC 방송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입장을 바꿨고 동시에 유럽에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며 "우리는 새 시대에 살고 있고,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프랑스와 유럽이 위협을 받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버리고 평화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가 북한군 병사와 이란 장비를 우리 대륙에 동원하면서 그 국가들의 무장을 돕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러시아의 침공은 국경을 초월한다"고 경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 러시아가 논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종전과 관련해 평화를 빨리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와 우크라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이 "단단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 계획"을 세웠다며 평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유럽의 평화유지군이 파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프랑스와 영국이 우크라이나와 함께 평화안을 며칠 안에 확정하고 이를 미국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제안했던 유럽 평화군 구상도 재확인했다. 그는 "러시아가 더 이상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일단 협정이 체결되면 우크라이나의 동맹국은 러시아가 다시 침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은 아마도 유럽군의 배치로 뒷받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오늘 당장 싸우러 가지는 않을 것이지만, 평화 협정이 체결되면 거기(우크라이나)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의 유럽에 대한 안보 공약 약화 우려에 대해 "나는 미국이 우리 편에 설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럽의 미래가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결정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위험한 세상에서 구경꾼으로 남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차기 독일 총리의 역사적 요청에 부응해 우리의 핵 억지력을 통해 유럽 대륙의 동맹국들을 보호하는 전략적 논의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핵무기에 대한 사용 권한은 프랑스 대통령이 가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럽의 핵보유국은 프랑스와 영국 둘뿐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해 7월 기준 핵탄두 29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은 225기를 보유 중이다. 러시아는 5580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프리드리히 메르츠 차기 독일 총리는 미국의 도움 없이 자체적인 핵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며 관련 논의를 시작할 것을 영국과 프랑스에 제안한 바 있다.
세계 2차대전 패전국인 독일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미국의 핵 억지력에 의존해 왔다. 다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러시아 기조와 유럽의 자력 안보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안보 보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며, 영국과 프랑스가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지 논쟁이 촉발됐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현재 상황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핵전력은 미국의 확장 억제력을 보완하지만, 미국 핵전력이 갑자기 철수할 경우 실행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프랑스와 영국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하는 방식으로 확장된 억제 보장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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