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우크라이나가 1년 6개월 여에 걸친 준비 끝에 러시아의 공군 기지에 드론을 잠입시켜 전략 폭격기를 타격한 가운데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피해를 입은 폭격기들을 대체하려면 최소 수 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이 러시아의 근본적인 핵 공격 능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의 전략 핵전력은 주로 지상 및 잠수함 발사형 미사일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에 타격을 받은 러시아 장거리 항공기 전력의 핵심 투폴레프(Tu)-95MS '베어-H'와 Tu-22M3 '백파이어'를 대체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항공전문가 저스틴 브롱크에 따르면, 두 기종은 우크라이나 전쟁 내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군사시설, 방산 공장, 전력 인프라 등을 대상으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사용돼 왔으며 북극, 북대서양, 북태평양 상공에서 정기 순찰 비행도 수행해왔다.

브롱크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2년 침공 초기에는 베어-H 50~60대, 백파이어 약 60대, 핵무장 가능한 Tu-160M '블랙잭' 중폭격기 약 20대로 장거리 전력을 운영해 왔으나, 이번 공격과 전쟁 중 격추·파괴된 항공기를 포함해 베어-H와 백파이어 전력의 10% 이상을 상실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이러한 손실은 이미 한계 수준으로 운영되던 러시아 장거리 항공력에 큰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항공기는 소련 시절에 설계된 기종으로 수십 년 전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에 새로 제작해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항공우주 전문가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더글러스 배리는 설명했다. 러시아가 예비 기체를 확보하고 있는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현재 Tu-160 블랙잭 기종의 현대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러시아 군사 블로거 등은 블랙잭의 생산 속도가 연간 4대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느리다고 짚었다.

차세대 전략폭격기인 PAK DA 개발도 사실상 답보 상태에 있다. 미국 과학자연맹(FAS)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2013년 투폴레프사와 PAK DA 개발 계약을 체결했지만, 시험 비행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으며 초기 생산은 2027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롱크는 "예산 부족과 제재로 인한 자재 및 기술 제약으로 인해 러시아는 향후 5년 안에 PAK DA 개발을 완수하기도 어려울 것이며, 속도를 높이는 건 더더욱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이번 공격으로 최대 20대의 군용기가 타격을 받았으며, 이 중 약 10대가 파괴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대수 기준으로 피해 규모가 이보다 딱 2배 정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정부는 항공기가 파괴됐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손상은 수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 내 군사 블로거들은 항공기 약 12대가 파괴되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며 지휘부의 과실을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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